붉은 색의 장미는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저씨는 나의 표정을 의아해 하면서 다시금 분홍색의 장미를 권하셨다. "죄송합니다. 제가 사과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꽃집 아저씨는 더이상 장미를 권하지 않으셨다. 나는 문득 국화꽃 당신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국화꽃의 꽃말이 무엇인지 기억나진 않았지만 결국 난 한아름의 청색 국화를 안고서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버스에 올랐다. 그날은 운이 없었다. 가는 내내 길이 막히고 버스는 한참이나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10시가 다 되어서야 그녀의 병원앞에 도착했는데 간판은 켜둔채로 병원문은 이미 모두 잠겨있었다. 퇴근하는 그녀 앞에 꽃을 들고 서있겠다던 나의 계획은 산산히 부서졌다. 그때부터 나는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머리속으로는 재빠르게 그녀의 동선을 떠올리며 양손으론 꽃을 가슴에 감싸앉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내가 오기 몇분전에 이곳을 떠났으리라. 늘 그러했듯이 건너편에서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갈아탈 것이다. 내가 조금더 빨리 달린다면 그녀를 앞지를수 있으리라. 운이 정말 좋다면 어느 플랫폼에서 그녀와 마주칠 수 있으리라. 버스에 오르고서도 도무지 자리에 앉을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창문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날밤 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봤는지 모른다. 플랫폼에 도착하니 열차가 막 떠나고 있다.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워 진다. 발을 동동 구르며 지금 지나간 저 열차에 그녀가 타고 있으리라 생각을 하니 긴 한숨이 이어졌다. 왈칵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참으며 다시 달리고 또 달렸다. 그렇게 1시간, 숨을 가다듬고 마음을 다잡으며 결국 나는 그녀의 집앞까지 와 버렸다. 이제는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녀는 이미 집에 들어간 것일까? 손에 들린 꽃은 험하게 달린 탓에 포장이 풀어져 있고 몇몇 가지는 꺽인채로 아까의 푸른빛을 잃어버린 듯 보인다. 나는 차마 그 꽃을 어찌하지 못하고 곱게 곱게 다듬어 그녀의 집 문앞의 우체통에 고이 꽂아둔다. 그리고는 떨어지지 않는